2025년 초, 의료법을 둘러싼 작은 ‘대란’이 있었다.
많은 병원과 병원 마케팅 대행사들은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에 시달렸고, 일부 지역에서는 보건소 행정 담당자와 기준을 두고 설전을 벌이거나 설명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병원 대표원장들과 대행사 대표들이 모인 오픈 카카오톡방에서는 “도대체 어디까지가 의료광고고, 어디까지가 정보성 글이냐”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기준이 하나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같은 내용의 글이라도 지역에 따라, 담당 공무원에 따라 해석과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일일 이용자 수 10만 명 이상 플랫폼’이라는 기준을 두고 의견은 더욱 엇갈렸다.
(위 사진 출처) 의사들이 꼭 알아야할 SNS 광고법률
"블로그·인스타에 올린 게시물, 의료광고 심의받아라" 공문에 중소 병의원 블로그 대란
대부분의 병원이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이 논쟁에서 병원이나 대행사가 주도권을 쥐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판단은 개별 담당자의 유권해석에 맡겨질 수밖에 없었고, 현장에서는 혼란이 반복됐다.
그렇다면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구글에 노출되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블로그는 이 기준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구글 블로그’라는 표현부터 정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구글 블로그라고 하면 네이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처럼 ‘구글이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오해한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블로그는 구글이 제공하거나 운영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이는 단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블로그가 검색엔진인 구글에 ‘노출’되고 있을 뿐이다.
즉,
구글로부터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받지 않고
블로그의 운영·관리·책임 주체는 전적으로 작성자에게 있으며
구글은 단지 검색 결과에 해당 페이지를 보여주는 역할만 한다.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처럼 플랫폼 내부에 콘텐츠를 종속시키는 방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보건복지부 공문과 의료법 시행령에서 말하는
‘일일 이용자 수 10만 명 이상 플랫폼’이란,
과연 무엇을 전제로 한 기준일까.
이 기준은 개별 게시물의 조회 수나 특정 병원의 인지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10만 명 기준’은 개별 블로그나 계정의 방문자 수를 의미하지 않으며, 플랫폼 전체의 일일 평균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삼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네이버, 인스타그램과 같은 대형 플랫폼은 자연스럽게 이 기준의 적용 대상이 된다.
반면, 단일 주체가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플랫폼적 중개 기능이 없는 블로그라면 같은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블로그라 하더라도 과대광고, 허위·비방 표현, 치료 효과 단정 등 의료법상 다른 기준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일일 이용자 수 10만 명 이상 플랫폼’이라는 기준에 한해서는,
구글에 노출되는 독립 블로그를 동일한 플랫폼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해석상 논란을 상당 부분 정리할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한다고 본다.
의료법의 문제점
① 같은 기준인데, 판단은 제각각이다
(위 사진 출처) 의사들이 꼭 알아야할 SNS 광고법률
가장 큰 문제는 같은 기준을 두고도 판단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의료광고 관련 판례를 보면,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안임에도 보건소마다, 법원마다 판단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앞서 언급된 메디칼타임즈 기사에서도 같은 기준을 두고도 법원별 판결이 엇갈린 사례가 소개된 바 있다.
이는 병원 입장에서 “어디까지가 안전한지”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결국 기준이 아닌 담당자와 지역에 따라 리스크가 결정되게 만든다.
② 기준이 아닌 ‘신고가 들어오느냐’가 조치 여부를 가른다
또 하나의 현실적인 문제는 신고 중심으로 행정기관이 움직인다는 점이다.
병원 블로그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게시물이 업로드된다.
모든 글을 사전에 점검하거나 동일한 잣대로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신고가 들어온 곳은 즉시 조치 대상이 되고
신고가 들어오지 않은 곳은 그대로 남는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제도는 ‘질서 유지’보다는 경쟁 병원 간의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생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의료법 위반 여부보다 “누가 먼저 신고당했느냐”가 결과를 좌우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
③ 행정 현실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 중 하나는 이 제도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어느 병원에서 의료광고 관련 신고가 접수되었고, 이에 대해 병원 측이 담당자에게 이렇게 되물었다고 한다.
“그럼 우리도 경쟁 병원들 블로그 링크를 다 모아서
신고하면 되는 건가요?”
물론 진심에서 나온 말이라기보다는 현실에 대한 반문에 가까운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때 보건소 담당자는 잠시 당황한 뒤 “신고 들어온 부분만 시정하면 추가로 문제 삼지는 않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마도 행정 업무의 과중함, 확대될 수 있는 업무 부담을 의식한 반응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이야기는 현재 제도가 얼마나 신고 중심·사후 대응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의료법 논란이 남긴 가장 큰 과제는 기준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 기준이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있다.
같은 법과 같은 공문을 두고도 지역과 담당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고, 신고 여부에 따라 결과가 정해지는 구조에서는 병원이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일일 이용자 수 10만 명 이상 플랫폼’이라는 기준은 개별 병원이나 개원병원 블로그의 영향력을 제재하기 위한 잣대라기보다는, 건전한 의료광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행정 기준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대형 플랫폼의 전체 이용자 규모와 병원이 운영하는 개별 SNS나 블로그가 같은 선상에서 다뤄지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